전국 각처에 여러 형태로 존재하는 22,000개의 도서관은 대한민국의 혈관입니다. 대도시의 대동맥으로부터 작은 낙도의 모세혈관까지 온몸에 뻗쳐서 자양분과 산소를 공급합니다. 90,000명의 사서, 30,000명의 근무자, 520,000명의 봉사자는 혈관을 흐르는 혈액입니다. 이 혈관이 튼실할 때 대한민국은 문화선진국이 되어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입니다.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그 중심에 서겠습니다.
지난 2018년 4월9일 위촉직 19명, 당연직 11명, 도합 30명으로 구성된 제6기 위원회가 2년간의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도서관계와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위촉직 위원 이외에 11명의 각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있다는 사실은, 우리 위원회가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서 행정 각부를 아우르는 최고의 정책기관이라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웅변해 줍니다. 우리 위원회는 그 위상에 걸맞도록 제대로 된 체제를 갖추고 시대의 여망에 부응하는 활동을 보여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 참 감회가 깊습니다.
11년 전 대통령 소속 위원회라는 당당한 위상을 가지고 도서관계의 기대를 모으며 출범하던 때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문화의 중심체로서 도서관을 우뚝 세우겠다는 포부를 품었습니다. 제1기 위원회는 대통령과 정부가 관심과 지원을 보여주었던 덕분에 순조로이 출발을 하고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2기 이후 최근까지 우리 위원회는 발전은커녕 위축 일로를 걸어오면서 기대되었던 제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당장 도서관계는 우리 위원회를 아예 폐지하려는 시도에 맞서 투쟁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겨우 명맥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우리 위원회는 그나마 마련되었던 입지조차 차츰 상실하면서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한 채 긴 세월 방황해야 했습니다. 정부 측의 무관심과 무시 속에서도 우리 위원회 위원들은 자리를 지키며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동안 이만큼이나 위원회를 지키며 적지 않은 성과를 내오신 역대 위원회 위원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그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당시 도서관인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위원회의 출범에 앞장섰고 또 폐지반대 투쟁에도 나섰던 제가 이제 위원장이라는 자리에 서게 되었으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위원회를 다시 살려내야 합니다. 그 사명을 띠고 이 자리에 왔다고 여깁니다. 두 차례에 걸쳐 한국도서관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2006년 서울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을 살려, 이 시대에 저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저는 위원장이 되자마자 건의문을 작성해서 각계의 관계요로와 도서관계 지도자들에게 보냈습니다. 우리 위원회의 현황과 과제에 관한 건의문이었습니다. 위원회가 처한 위기상황을 소개하고 이를 떨치고 일어나 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시급한 대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열렬한 호응이 답지했습니다. 격려의 뜻과 함께 의견도 많이 주셨습니다. 저의 뜻과 의지에 한결같이 큰 기대를 거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뜨거운 반응에 접하면서 용기가 솟기도 하지만 한편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돌아올 실망의 질책을 어떻게 감당할까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오직 제게 주어진 임무를 다하기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갈 길을 가겠다고 굳게 다짐할 뿐입니다.
이번 제6기 위원회 앞에는 엄중한 시대적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저는 각계에 보내는 건의문에 그 주요 항목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여 제시했습니다.
대부분 이미 도서관계에서 오랫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것들입니다. 역대 위원회가 과제로 설정하고 노력했지만 아직도 이루지 못하고 선반 위에 올려놓아진 채 있습니다. 하나하나 헤아려 이제는 매듭을 풀어야 합니다.
또한 도서관법에 의해 5년마다 수립하여 집행하게 되어 있는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의 제3차 계획(2019-2023)을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정말 제대로 만들어서 강력하게 시행해 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이 모든 것은 대통령 위원회인 우리 위원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과제이고, 사실 대통령 위원회가 아니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 나가는 데는 우리 위원회의 위원들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소위원회와 Task Force를 다양하게 구성하여 활동을 펼 계획입니다. 이번에 새로 위촉된 제6기 위원회 위원님들의 면면이 모두 훌륭한 경륜과 식견을 갖춘 분들이어서 믿음직스럽고 기대가 큽니다.
그러나 그러한 실질적 내용에 앞서 위원회의 형식적 체제를 제대로 갖추어 놓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체제가 지극히 미비한데 그 안에서 올바른 내용이 도출될 리는 없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위원회는 독립된 사무공간도 마련되지 않고 법으로 규정된 사무기구조차 구성을 미루고 있는 현실입니다. 최소한의 인적 물적 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위원회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불과합니다.
대통령 소속
사무 공간 확보
사무기구 구성
위원회 지원 강화
지난 10년간 도서관계가 한 목소리로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나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너무나 당연한 요구가 이번만큼은 대통령과 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져서 우리 위원회가 힘차게 새 출발을 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11년 전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의 출범은 우리 도서관계에 획기적인 중흥기가 도래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의 상황은 여의치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 위원회의 체제를 정비하고 개혁정책을 본격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도서관계 제2의 중흥기를 맞이할 때입니다. 우리 제6기 위원회 위원들은 모두 합심하여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완수할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위원장으로서 전국의 도서관 현장을 두루 찾아가서 소통의 폭을 넓히고자 합니다. 도서관계의 지도자들을 만나 뵙고 그분들의 지혜를 정책에 반영하겠습니다. 정부 각 부처 간의 소통과 그 산하 기관들 간의 소통에도 대통령 소속 기구인 우리 위원회가 역할을 감당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온 도서관계가 일치단결하여 전진해야 할 때입니다. 도서관인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를 당부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우리나라가 도서관강국으로 진정한 문화선진국을 이룩할 수 있도록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4월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 신기남